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한국제임스조이스학회

한국제임스조이스학회 The James Joyce Society of Korea

  • 게시판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상세보기
제목 :누가 번역해도 오역이 불가피하다는 20세기의 최고소설 율리시스
작성자 서옥식 등록일 2014-01-29
조회수 6974
첨부파일

누가 번역해도 오역할 수 밖에 없다는 20세기 최고의 소설 율리시스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평가받고있는 제임스 조이스(James Augustine Aloysius Joyce, 1882-1941)의 율리시스(Ulysses)(註 1)는 문장 자체의 난해성, 그 의미의 모호성 때문에 누가 번역하더라도 오역이 필연적이라는 것이 국내 영문학계의 정설처럼 돼있다. 국내에서도 오역논쟁을 일으킨 대표적인 번역서중의 하나이다. 1968년 김종건 교수(고려대)의 번역으로 출판문화상을 획득한 이 최초의 국역판에 대해 이재호 교수(성균관대, 2009년 작고)가 오역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대 대학원 재학중 양주동 박사의 T.S. 엘리어트 역시(譯詩)에 오역을 지적한 장문의 기고문을 ‘대학신문’에 발표한 바 있는 이교수는 1969년 가을 ‘주간한국’을 통해 김교수와 1차 공방을 벌인후 ‘시사영어’지에 2회에 걸쳐 자신이 오역을 지적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교수가 역자의 본문 주역 해설에 항목수를 매겨 지적한 건수는 97건, 기타 항목번호 없이 꼬집은 곳은 20여군 데나 됐다(註 2). 하지만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조이스의 백과사전적인 지식, 자전(字典)에도 없는 수많은 신조어와 합성어, 총 어휘 약 3만 여개 중 2천여에 달하는 독어, 불어, 고대 아일랜드어, 라틴어 등 10여개의 외국어 단어와 문구, 숱한 두음(頭音)과 음교차등이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이란 난해한 스타일과 중세 영어로부터 현대 신문기사체 문장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체와 결합한 율리시스는 아무리 능력있는 역자라 하더라도 적지않은 오역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김교수 자신도 일본어판 오역 수백군 데를 지적했을 정도였다(註 3).

 

조이스 스스로도 율리시스에 대해 “나는 (율리시스)속에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춰 두었기에 앞으로 수세기동안 대학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기에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I\'ve put in so many enigmas and puzzles that it will keep the professors busy for centuries arguing over what I meant, and that\'s the only way of insuring one\'s immortality.)라고 말했을 정도다. 소설이 난해한 문체와 수많은 함축적인 문장들과 은유로 읽어내기가 쉽지않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국내 번역본은 소설의 첫 문장부터 오역논쟁을 불러왔다.

즉, 율리시스 첫 페이지 그 유명한 첫문장(the novel\'s famous first sentence)을 김교수는 “당당하고 통통한 벅 멀리건(註 4)이 거울과 면도칼이 엇갈려 놓여 있는 면도 물 종지를 들고, 층층대 꼭대기에서 나왔다”고 번역했는데 이교수는 문제의 장소인 마텔로탑(Martello Tower)의 사진과 구조를 예시하며 “벅 멀리건이 탑 꼭대기로 올라갔다”가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교수의 맹렬한 비판은 그 이상 전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로는 영문학계의 판정승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어(Wikipedia)를 보면 이교수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소설 첫문장 원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Stately, plump Buck Mulligan came from the stairhead, bearing a bowl of lather on which a mirror and a razor lay crossed. 밑줄친 부분을 김교수는 “벅 멀리건이 층층대 꼭대기에서 나왔다”로 옮긴데 반해 이교수는 “벅 멀리건이 탑 꼭대기로 올라갔다”가 맞는다고 주장했다. 위키피디어는 ‘벅 멀리건’에 대해 “Buck Mulligan is the first character to appear in Ulysses, opening the novel by ascending to the top of the Martello Tower and performing a parody of the Mass with his shaving-bowl. He then calls Stephen Dedalus up to the roof to keep him company while he shaves.”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벅 멀리건은 면도물 종지를 들고 미사를 패러디(거울과 면도칼이 십자형으로 엇갈려 있는 모습)하며 마텔로 탑 꼭대기로 올라감으로써 소설의 문을 여는, 율리시즈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ascending은 문법적으로 ascend(올라가다)의 동명사이다. 벅 멀리건이 친구 스티븐 디달러스를 지붕(꼭대기)으로 올라오라고 부른 것을 봐도 “벅 멀리건이 탑 꼭대기로 올라갔다”가 맞는 번역이라고 본다.

 

첫 문장 이후 계속되는 원어 문장과 김교수의 번역문은 아래와 같다. 여기서도 Jesuit가 ‘제주이트 교도’로 오역됐다는 지적이 따른다. Jesuit는 우리말로 예수회(제수이트)로 불리는데 장로교나 감리교 같은 ‘교파’ 가 아니라 일종의 ‘수도회’이기 때문에 소속된 ‘성직자’는 있어도 ‘교도’는 없다, 따라서 신자라는 의미의 교도로 옮기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음역해서 ‘제수이트’로 하든지 ‘예수회 회원’ 정도가 어떨까 한다.

(Stately, plump Buck Mulligan came from the stairhead, bearing a bowl of lather on which a mirror and a razor lay crossed.) A yellow dressinggown, ungirdled, was sustained gently behind him on the mild morning air. He held the bowl aloft and intoned:

--Introibo ad altare Dei.

Halted, he peered down the dark winding stairs and called out coarsely:

--Come up, Kinch! Come up, you fearful Jesuit!

(노란 화장복이 띠가 풀린 채 온화한 아침공기를 타고 그의 뒤에 사뿐히 매달려 있었다.

그는 종지를 높이 치켜들고 읊조렸다.

--인뜨로이보 아드 알따레 데이(註 5)(나는 하남님의 제단으로 가련다.)

발걸음을 멈춘 채, 그는 컴컴한 나선형의 층층대를 내려다보며 거칠게 불러댔다.

올라와, 킨치!(註 6) 올라와 이 겁많은 제주이트 교도!)

 

한편 이 소설에 나오는 ‘Maximum the second’는 일본어판의 오역을 받아들여 ‘최대 1초’로 번역되고 있지만 실은 우승마의 이름인 ‘맥시멈 2세’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국에는 1807년 이후 매년 6월 ‘Ascot Gold Cup Horse Race’라는 권위있는 승마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Maximum the second’는 1903년 대회의 우승마이다.

역시 율리시스에 나오는 ‘Roygbiv’는 ‘로이그비브’라는 사람 이름으로 번역되고 있는데 이는 인명이 아니라 무지개의 일곱 색깔 Red, Orange, Yellow, Green, Blue, Indigo, Violet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다. 따라서 ‘빨주노초파남보’로 옮기는 게 맞다. 그리고 이 작품에 나오는 이탈리어 문장 “l maestro di color che sanno.”는 원래 단테의 신곡(La Divina Commedia) ‘지옥편 IV’(Inferno, Canto IV)에 언급된 것으로 영어로는 “the Master of those who know.”(지식이 있는 사람들의 스승)란 의미를 가지며 구체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를 가리킨다. 일본의 岩波書籍版은 ‘color’를 ‘색채’로 오역했다. 이탈리아어 ‘color’는 영어의 ‘those’에 해당한다. 新潮版은 ‘maestro’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니라 소크라테스를 가리킨다고 오역해 놓았다.

 

참고로 율리시스가 얼마나 번역하기가 어려운지 본문 한 대목을 발췌한 후 이 대목의 서로 다른 두 번역을 소개한다.(편저자의 생각으로는 두 번역 모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설원문)I had to halfshut my eyes still he hasn\'t such a tremendous amount of spunk in him when I made him pull it out and do it on me considering how big it is so much the better in case any of it wan\'t washed out properly the last time I let him finish it in me nice invention they made for women for him to get all the pleasure.

(A번역본)나는 두 눈을 반쯤 감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이는 그렇게 엄청난 양의 정액을 갖지 않았어. 정말로 굉장하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그이더러 그걸 빼게 하고 위로 올라오게 했을 때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 한층 기분이 좋았어요. 절대로 흘러나오지 않게 할 수도 있게 마지막에는 그이더러 속에서 해치우도록 했지 여자들을 위하여 정말로 근사한 창안(創案)이었어요.

(B번역본)난 눈을 절반쯤 감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지만 그는 내부에 아직 엄청난 양의 정액을 갖고 있지는 않았어요. 내가 섹스를 중단시키고 그로 하여금 페니스를 빼내어 내 배 위에다 사정을 시켰을 때 알아봤어요. 그 엄청난 양을 보고서는 정말 그렇게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빼내지 않고 끝까지 섹스를 했다면 후에 아무리 깨끗이 물로 닦아낸다고 하더라도 그걸 다 씻어낼 수는 없을 테니까. 지난번에 그와 섹스를 했을 때에는 그로 하여금 체내에서 사정하도록 했어요. 남자들이 쾌락은 있는 대로 다 느끼며 여자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낸 그 멋진 물건(콘돔) 때문에 말이에요.

 

<각주>

(1)  율리시스는 작자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무대로 1904년 6월 16일 아침 8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그러니까 하루동안 일어난 일을 734쪽에 걸처 서술한 것이다. 중요 등장인물은 3명으로 유대계의 광고업자 레오폴드 블룸, 그의 부인 마리온, 학생이며 시인 기질이 있는 스티븐 디달러스이다. 그래서 조인스의 팬들은 1904년 이후 6월 16일을 ‘블룸의 날’(Bloomsday)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작품의 전체적 구성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모방했고 블룸은 오디세우스, 마리온은 페넬로페, 디달러스는 텔레마코스에 해당한다. 또한 오디세이아와 마찬가지로 모두 18개 에피소드의 결합으로 구성했다. 이 작품은 그러나 외설, 부도덕 시비로 이어져 영국과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출판이 금지됐다. 불어, 독일어 등 수많은 언어로 번역됐으며 연구서적도 많다. 1967년 영국에서 영화화됐다.

(2) 동아일보, 1971. 3.13.

(3) 국내 제임스조이스학회 명예회장이기도한 김교수는 세 번이나 율리시스를 번역했을 정도로 평생을 수수께끼와 퀴즈 풀기같은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 번역에 바친 분이다. 서울대 대학원시절 율리시스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됐다는 그는 초판(1968년, 정음사), 개정판(1988년, 범우사)에 이어 세번째 개정 번역판을 이 2007년(생각의 나무)에 펴냈다. 오역논란에도 불구하고 그의 번역서가 국내 독자들에게는 제임스 조이스를 알리는 귀중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4)  ‘벅 멀리건’(Buck Mulligan)은 제임스 조이스 소설 율리시스에 나오는 가공의 인물로서, 제1장 텔레마쿠스(Episode 1 Telemachus)에 가장 두드러지게 등장하며 소설의 유명한 첫 문장의 주인공이다.(Malachi Buck Mulligan is a fictional character in James Joyce\'s novel Ulysses. He appears most prominently in episode 1(Telemachus), and is the subject of the novel\'s famous first sentence.)

(5)  가톨릭교에서 미사 처음에 미사집행 사제가 복사(服事, server)에게 건네는 성구

(6)  벅 멀리건이 스티븐 디달러스에게 붙여준 별명. 게일어로 ‘날카로운 칼날’(knife-blade)이란 뜻이 있다.

 

<참고사항>

이 글은 비록 일부 오역이 있지만 김종건 교수의 노력으로 한국 독자들이 율리시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필자가 수년전에 작성해 둔 것을 올려본 것입니다. 그동안 번역본 개정판 등이 나와 오역이 바로잡아졌다면 저에게 댓글 등으로 알려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정 삭제 목록

자유게시판 이전글, 다음글 보기
이전글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오역된 제목 2013-12-16
다음글 당일지급 부업하실분 구합니다 2017-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