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엽 영국의 식민통치하의 아일랜드의 상황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시도하는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모음집 『더블린 사람들』에 실린 15편의 단편 가운데, 14번 째 작품인 "Grace"에서 작가는 이전 단편들에서 간헐적으로 넌지시 비판해왔던 아일랜드의 종교적 타락에 가차없는 비판을 고발을 시도한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의 교계와 사제들은 억압적인 식민지배로 도탄에 빠진 민중들에게 삶에의 희망과 독립에의 의지를 고취시켜 주기는커녕, 오히려 영국인 지배세력과 결탁하여 아일랜드의 피식민 상태의 장기화에 일조 한다. 아일랜드 교회의 이러한 직무유기는 조이스가 첫 단편 "자매들"에서 질타한 `성직매매"의 한 변종으로서, 아일랜드사람들의 주체 의식을 마비시키고 역사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돕는다. 본 논문에서는 음주 추락사고를 당한 홍차 도매상 Kernan을 문병하러 찾아온 그의 친구들, 예컨대 동료 상인, 기업가, 경찰, 언론인, 전당포 주인, 사채업자 등이 세우는 피정 계획과, 피정에서 Purdon 신부의 강론이 피정 참가들에게 어떠한 종교적 굴절을 가하고, 식민세력의 주구인 가톨릭 교회가 선포하는 왜곡된 복음이 현실 타협적인 이데올로기로서 아일랜드의 현실에 어떤 역기능을 수행하는지 살펴보면서, 조이스의 아일랜드 종교비판의 내용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