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여성론적 입장, 특히 뤼스 이러거러이(Luce Irigaray)의 「성적 차이의 윤리」(The Ethics of Sexual Difference)에 관한 이론적 논의에 기대어 Ulysses의 "Penelope" 에피소드를 분석한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조이스가 이 에피소드를 `내적 독백`(interior monologue) 기법으로 구성한 이유를 살펴본다. 한 인물의 `의식의 흐름`을 포착하기 위한 현대 `모더니즘` 소설의 주요기법으로 조이스가 혁신적으로 끌어 들이고 발전시킨 이 기법이, `식민지 여성성`(Colonial Femininity)의 전형적 형상화라 할 Molly의 삶과 의식을 그리는데 어떤 정치적, 문화적 함의를 지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논문의 서두를 이룬다. 이를 위해 세기 전환기 아일랜드의 식민지 상황, 특히 가부장제가 강력하게 지배했던 아일랜드 문화 상황에서 여성들이 처했던 위치와 그에 대한 자의식이 Molly의 `내적 독백`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Molly가 Boylan가 가졌던 `혼외정사`의 의미를, 남녀간의 사랑의 본질에 관한 이러거리이의 설득력 있는 입론에 비추어 살펴본다. Molly는 Boylan과의 관계에서 양면적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그 양면성은 `식민지 여성성`의 전형적 모습이다. 그녀는 이 관계에서 단지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만 한정되지 않는 고유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지닌 `주체`임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비록 깊이있는 지적인 분석에 따른 것은 아니지만 남성 지배적 현대문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러나 동시에 Molly는 자신의 욕망의 가치를 대개는 남성적 시각에서 평가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논문의 결론부분에서는 Molly의 이런 양면적 태도가, 그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성적 차이의 인식과 그에 따른 새로운 남녀관계의 모색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Bloom과의 관계에서 조망한다. 물론 그들의 관계가 완벽한 형태의 새로운 남녀관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이스는 이들의 관계에서 현대 문명에서 왜곡된 남녀관계, 사랑, 인습화된 결혼의 치명적인 문제점들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으며, 성적 차이를 인정한 뒤에야 진정으로 가능한 남녀간의 관계맺음의 모습의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것이 이 논문의 결론이다.